2022년 5월 11일 수요일

신 불교를 대망한다

 신 불교를 대망한다


앎이 짧은 필자같은 이가 불교 교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지도

모르는 만현 스님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다.

그러나 그와 우리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느낌으로 말하건대 만

현 스님의 법문은 분명 경청할만했다.  현재 한국 불교의 내용

없는 동어반복의 와중에 감로수를 마신 듯한 느낌 또한 들었

다.  일본 인문학의 젊은 거물인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주오대)가

"일본 불교는 에도시대 들어 창조적인 힘이 멈춘다."고  비판(<<

불교가 좋다>> 133쪽)했지만, 내가 보기에 조선조 중후기 이후 한

국 불교는 자기 갱신 능력에 문제가 있어 왔다.



지난 5월 현지사를 찾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높은 산 정상

에 올라 보면 앞과 뒤의 정경이 보입니다.  산 중턱에 서서 보

면 시야가 가려 겨우 일부분만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발언이 갖는 주관적 측면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대목은 정작 따로 있다.  <<21세기 붓다의 메

시지>>는 그동안 천 년 넘게 관습화된 수행법과, 선명치 못할

뿐더러 주요 경전들과 따로 노는 생사관에 대한 휼륭한 대안이

자 해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만현 스님의 발언은 현재의 조계종이라는 틀보다는 정토종에

가깝거나, 아니면 그런 저런 구분을 떠나 '신 불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이름이야 어떻든 간에 포스트 모던의 이 시대에

불교는 능동적인 자기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현 스님의 법문은 '딿아진 이름' 조계종, 아니 한국 불교의

문패를 벗어나 '불교 문예부흥'의 참신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인터뷰- 

"1973년 전남 함평 태생. 1960년 부산에서 출가(당시 법명

법성)한 뒤 조계종 총무원에서 포교부장과 상임포교사 활동. 서

울 연화사 주지와 해동불교대학장 역임. <<화엄경>>의 선재동자

처럼 여러 신지식을 두루 참방하였으나 뒤에 염불삼매로 부처

님 친견....."



<<21세기 붓다의 메시지>> 책 날개에 보이는 자재 만현 스님

의 이력의 일부이다.  최근 몇 년 새 <현대불교신문> <대한

불교신문> 등과 불교TV 등 미디어를 토해 법문으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는 만현 스님을 필자는 지난 5월 중순 춘천 현

지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1970년대 청담 스님을 모시

고 총무원을 이끈 뒤 돌연 은거 수행해 온 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스님의 생각이 이토록 새로운데, 차라리 창종을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도 포함돼

있다.



스님의 법문은 가히 파천황으로 시종하지만, 화두 타파와 견성은

수행의 출발에 불과하다는 말씀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정통 조계종 사람입니다.  크게 이름을 내지 않으셨지만

대단한 율사였던 석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지요.  석암 스님은

뒤뜰에서 멸치 한 마리를 먹는 것도 금기를 삼으셨던 분인데,

그 어른의 입적까지 10년을 시봉하였습니다.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큰스님 문하에 들어가 '이뭣꼬를 붙들고 전라도의 토굴에

서 참구를 했습니다.


자, 중요한 질문입니다.  간화선에 대한 회의는 어느

때부터 들었습니까?


밝히지만, 화두 타파를 했던 초창기부터 그랬습니다.  견성이

란 것이 미약했고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염불선으로 돌

아선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본래 법명이 법성이었는데 세상에 나온 지금은 법명도 바꾸고

하실 말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더 휼륭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려는 원력이 컸습니다.

요즘은 밀교, 위빠사나, 남방 불교가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지

만, 부처님이 직접 가르친 그런 수행법을 외도로 치고 경전을

가볍게 여기는 절 분위기에서는 수행이 어려웠습니다.  화두 타

파는 수행의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에 나 혼자 염불선에 전념을

했습니다.

책을 펴내기 전 몇 해 전부터 <대한불교신문>에 연재도 하시고 하는데

지금의 불교계에서 이렇다 할 반론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묵묵부답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많큼 불교

계의 공부가 안 돼있고 또 내 책의 깊이 때문에 손 쉬운 반대

의견 제시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만현 스님의 불교관이 이처럼 현재의 불교와 많이

다른 상황이라면 창종도 생각 못해 볼 것이 아니겠습니다.


......... 장종을 못할 것도 없습니다.  고려 중입니다.  그러나 그

래도 부처님의 정법에 근접해 있고 계율에 신경 쓰려는 종단은

현재의 조계종이라는 저의 판단도 동시에 밝혀둡니다.



송구스런 질문입니다. 

책에 보면 만현 스님이 아난 존자의 후신이라고 쓰

여 있습니다.  또 수행일지를 보면 부처님 친견을 했다는 말도 거듭 나옵니

다.  이런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제가 친견을 한 부처님의 말씀이 그러할 뿐입니다.  단 그것

은 밀장이기도 하니 여러분 앞에서 증명해 보일 수 없습

니다.


사실 얼마 전 입적하신 청화 스님께서도 염불선을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매우 좋은 문제 제기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

는 칭명염불과는 조금 구분되는 '실상염불'이지요.  실상염불은

모든 것의 근본 자리 곧 진여(실상)를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

로 보고 그 실상의 대명사를 부르는 염불입니다.  저의 염불은

무아 속 절대계에 계시는 부처의 존호를 부르는 칭명염불입니

다.


-스님 지금까지 좋은 답변 고맙습니다.-

출처/ 선문화 38쪽~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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